컴퓨터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과 난이도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달라졌다. 한때는 그래픽이 단순하고 조작도 제한적이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하드웨어 발전과 함께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표현력과 시스템이 놀라울 만큼 세세해지고 풍부해지면서 난이도 역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예전에는 플레이어가 한 화면 안에서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며 적 몇 마리를 처치하거나 퍼즐을 풀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마치 현실 세계에 뛰어든 듯한 몰입감과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컴퓨터 성능의 발전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 또는 새로운 기술적인 성과가 게임 설계 전반에 걸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다. 본 글에서는 기술 발전이 게임 난이도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 왔는지, 그리고 왜 많은 게이머들이 옛날 게임을 그리워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도전을 찾고 있는지에 관해 깊이 있게 탐구해보고자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게임은 대체로 쉬운 편에 속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쉬운 편이라 말하기에 애매한 구석도 있지만, 적어도 그 시절에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제한적이었고, 각종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타이틀 자체가 많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도트 그래픽과 8비트 사운드로 구성된 콘솔 게임을 떠올려보면 당시에는 조작이 간단하고 게임 목적 역시 명확했다. 레벨을 하나씩 깰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환경을 경험하며, 익숙해진 조작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점프하고 공격하는 정도면 기본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조차도 특정 구간은 매우 어렵게 느껴져 수십 번의 재도전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시스템 규모가 작았기에 학습해야 할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함 덕분에 오히려 명쾌한 난이도를 보여주었다고 추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면서 게임 속 세계가 점점 확장되고, 그에 따라 난이도를 결정짓는 요소들도 훨씬 다층적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메모리 용량이나 CPU 처리 능력이 충분치 않았던 시절에는 적의 움직임 패턴을 단순히 반복시킨다거나 제한된 수의 스프라이트로 적을 표현함으로써 게임의 설계가 상대적으로 간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하드웨어가 발전하고 3D 그래픽 엔진이 보편화되면서 적들의 인공지능 패턴이 다양해지고, 게임 맵도 훨씬 넓어지며, 플레이어가 수행해야 할 과업의 종류도 늘어났다. 예전에는 몇 번만 시도해보면 적의 움직임 패턴을 외워서 쉽게 깰 수 있던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하거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도 하므로 단순 암기만으로는 클리어하기 어려운 케이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임 난이도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계된다. 하나는 시스템 자체가 제공하는 구조적인 난이도다. 캐릭터가 점프할 수 있는 높이와 이동 속도, 적의 공격 범위, 퍼즐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의 제공 방식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 발전을 통한 기술적인 측면에서 구현 가능해진 난이도다. 여러 객체를 동시에 렌더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더 많은 적이나 오브젝트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레벨을 복잡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물리 엔진이 정교해진 것도 중요한 변화다. 예전에는 오브젝트가 단순히 통과 불가능한 장벽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물체가 회전하고 부서지고 물리적 충돌을 재현하는 데에 상당한 계산 능력이 투입된다. 이로 인해 게임의 난이도가 단순 조작 이상의 의미를 띠게 되었고, 플레이어는 물리 현상을 이해하고 정확한 타이밍과 위치를 고려해야만 퍼즐을 깨거나 적을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컴퓨터 성능이 향상된 덕분에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구현하는 데에도 막대한 도움을 줬다. 이전에는 온라인 환경에서 대규모 게임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의 통신 지연, 유저가 몰릴 때 발생하는 랙 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회선과 PC 성능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동시 접속자가 아주 많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전 세계 곳곳에서 함께 접속한 이들과 거대한 전장을 누비거나 팀 단위로 협동하는 모습이 보편화되었다. 이제는 적의 움직임뿐 아니라 실제 유저들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난이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개인이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다고 해서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협력과 전략적인 움직임을 통해 게임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시대가 왔다. 이는 게임 난이도를 기존의 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화하는 동적인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분기점이 되었다.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고 정교해지자, 의외로 과거의 단순한 게임들을 다시 찾는 레트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새로운 하드웨어 환경에서 리마스터 혹은 리메이크된 고전 게임이 출시되고, 이를 통해 옛날과는 다른 느낌의 난이도를 체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과거에는 화면 전환 하나하나가 느리고, 게임 속 스프라이트가 한꺼번에 많이 나타나면 느려지기도 했는데, 이제는 쾌적하게 구동되면서도 게임 설계 자체가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레트로 플래시 게임들은 당시 그래픽 그대로를 거의 보존한 채 속도 개선만 이루어져서, 오래된 추억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새로운 게임에 도전하고 바쁜 온라인 환경에서 경쟁하면서도, 때때로 옛날의 단순한 조작감을 그리워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복잡성이 높아진 요즘 게임 환경에서 난이도를 조절하는 주된 방식 중 하나는 게임 내부에 다양한 모드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 가지 난이도만 존재했거나, 이지 노멀 하드 정도로 간단하게 구분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레벨 디자인이 훨씬 정교해졌고, 플레이어 취향에 따라 난이도를 세분화해 더 넓은 층을 수용하려고 시도한다. 예컨대 슈팅 게임을 예로 들면, 적의 탄막 패턴이 달라지거나 정해진 목숨 수가 달라지는 식으로 다양한 모드를 마련한다. 또한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서는 캐릭터가 받는 피해량이나 적의 체력, 자원 관리 등의 난이도를 세분화해 제공하곤 한다. 이러한 설계는 컴퓨터 성능이 높아진 덕분에 구현되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해진 면도 크다. 플랫폼이 더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게이머 개개인이 원하는 스타일과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게임이 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컴퓨터 성능이 높아짐에 따라 의도치 않게 게임 난이도가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 과거에는 시스템 사양이 낮아서 빠른 액션이 제한적으로만 구동되었다. 화면 전환 속도도 느리고 애니메이션 프레임 역시 부족했다. 그래서 적당한 템포로 게임을 공략하기 용이했고,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굼뜨더라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하드웨어가 너무 좋아서 프레임이 부드럽게 뽑혀 나오고, 입력 지연도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고난도 환경이 조성되곤 한다. 예를 들어 레이싱 게임에서 차가 코너링을 할 때 예전에는 프레임 드롭으로 움직임이 끊기는 식으로 진행되어 대략적인 타이밍으로도 조절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매우 부드럽게 이어지는 화면 덕분에 미세한 조작 실수 하나도 그대로 반영되어 플레이어가 더 엄격한 컨트롤을 요구받게 된다. 이는 기술 발전이 오히려 난이도를 높이는 흥미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컴퓨터 성능의 발전이 게임 난이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게임 디자이너들은 점점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난이도를 설계하려 노력한다. 단순히 게임 속 적을 강하게 만들거나 리소스를 부족하게 설정하는 전통적인 방법만 쓰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행동을 추적하고,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플레이어의 패턴을 분석해 그에 맞춰 실시간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시스템도 연구되고 있다. 예컨대 플레이어가 특정 구간에서 너무 자주 죽거나, 반대로 쉽게 통과한다면 적의 배치나 퍼즐의 복잡도를 조정해 적절한 도전 의식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하드웨어가 강력한 처리 능력을 갖추었기에 가능하며, 네트워크로 수집된 방대한 플레이어 데이터까지 결합되면 난이도가 훨씬 섬세하게 최적화될 수 있다.
뛰어난 그래픽과 풍부한 콘텐츠가 가능해지면서 게임 내 스토리텔링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했다. 사실 스토리 요소와 난이도의 관계는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지만,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서사 구조가 난이도 조정의 주요 변수로 작동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게임 속 사건 전개나 캐릭터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전 과제가 주어지는데, 이는 단순한 난이도 조절 막대를 올리고 내리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 된다. 플레이어는 특정 구간에서 스토리적 동기를 얻고, 그에 따라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자는 버그 없는 안정적인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시스템 자원을 투입해야 하며, 이 역시 컴퓨터 성능이 충분히 뒷받침되기에 가능해진다.
일부 게이머들은 최신 하드웨어가 선사하는 초고해상도와 실사 같은 그래픽이 오히려 게임 난이도를 애매하게 만든다고 느끼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요소가 너무 사실적이고 배경에 불필요한 디테일이 많아 시야를 방해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사실적인 그래픽 덕분에 현장감이 커져서 난이도가 체감적으로 상승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실감 나는 배경 속에서 적을 찾기가 어려워지거나, UI와 배경이 잘 구분되지 않아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발전이 몰입도를 높이고 플레이어가 느끼는 부담도 함께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한편, 오픈 월드 게임이 보편화된 것도 컴퓨터 성능 향상과 무관하지 않다. 예전에는 제한된 맵에서 하나의 스테이지를 순차적으로 깨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방대하고 자유도가 높은 오픈 월드가 많다. 이 속에서 난이도라는 개념은 더 복잡해진다. 플레이어의 행동 범위가 매우 넓어지고,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와 상호작용 요소가 무수히 늘어났다. 특정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가도 되고,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고 부가 퀘스트만 파고들 수도 있다. 이런 자유도는 난이도를 일방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누군가는 초반부터 강한 몬스터가 우글대는 구역에 들어가서 어려움을 맛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안전한 루트만 찾아다니며 천천히 성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게임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디자이너는 난이도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며, 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지닌 유저들의 경험을 어떻게 만족시킬지 고민하게 된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시대가 도래하면서 e스포츠 문화가 크게 성장했는데, 이 역시 컴퓨터 성능과 인터넷 환경의 개선이 큰 몫을 했다. 방송 송출이나 실시간 중계가 고화질로 가능해지면서, 프로 게이머들의 빠르고 정교한 플레이가 전 세계로 공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난이도는 단지 AI 혹은 게임 구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 경기 규칙에 따라 고도로 최적화된 빌드나 컨트롤을 요구받는 환경이 추가되면서, 난이도가 인적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과거에는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다가 어렵다고 느끼면 중단하거나 친구와만 경쟁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대회에서 수많은 관중 앞에서 실력을 겨루게 됐다.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가 빨라졌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하드웨어의 발전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정교하고 규모가 큰 대회는 열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기술 발전이 게임 난이도에 미치는 영향은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어떤 게임은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재미를 유지하며, 어떤 게임은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면서도 그것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이런 맥락 속에서 많은 이들이 오래전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새로운 시선으로 재평가하는 계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제약된 환경 때문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아이디어가 최근 들어 완성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과거에는 쉬웠던 특정 구간이 현대 하드웨어에서는 지나치게 빠르게 실행되어 예상보다 난이도가 높아지는 역설도 벌어진다.
바로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를 회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플래시 기반으로 만들어진 옛날 게임 중에 일부분은 요즘 PC에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실행되어서 난이도가 오히려 치솟았다는 얘기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그 옛날 플래시 게임 중 기괴한 콘셉트로 유명했던 슈의 인간공장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에야 독특한 설정과 병맛 나는 전개로 웃음을 자아냈는데, 시간이 흘러 최신 하드웨어에서 돌아가면 간혹 예상치 못한 오작동이 생겨서 희한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고도 한다. 이는 기술 발전이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난이도를 바꿔놓을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과거의 유산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주되는 모습은,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금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난이도라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을 뜻한다. 따라서 어떤 이에게는 동일한 게임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고, 다른 이에게는 무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은 이런 개인차를 더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랭킹 시스템을 통해 비슷한 실력군끼리 매칭을 시키거나, 스테이지 진행 상황에 따라 적의 강함이 변하는 동적인 난이도 조절 장치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처럼 플레이어 개개인의 역량과 게임이 맞물리는 순간을 설계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게임이 특정 난이도를 고정해두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고, 그조차도 수작업으로 세팅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각 플레이어가 가장 재미있게 느낄 만한 구간을 찾아내거나 보상 구조를 재설계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역시 어느 정도 한계도 있다.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를 구비하고 알고리즘이 발전했다고 해도, 예술적 감각이나 인간적인 디테일을 전부 기계적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 난이도가 오롯이 데이터만으로 결정되는 순간, 자칫하면 수치 놀음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이길 수 있는가 없는가를 넘어, 게임 속에서 감동이나 성취감, 때로는 의외의 좌절감을 통해 더욱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를 원한다. 이런 측면은 당장 하드웨어 성능이 아무리 향상되더라도, 결국 게임 기획자가 어떤 철학을 갖고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 따라서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게임 개발자들은 더 방대한 가능성을 두고 그중 어느 부분을 선택해 어떤 분위기의 난이도를 구성할지 고민해야 한다.
게임 업계 역시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와 시도를 계속한다. 예컨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대형 스튜디오처럼 거대한 리소스와 최신 기술을 활용하기보다는, 특정 감각이나 레트로한 감성을 살려 조작과 난이도를 기획한다. 여기에는 일부러 그래픽을 단순화하거나, 과거의 게임 방식과 유사한 조작법을 채택하는 전략이 포함된다. 이는 컴퓨터 성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쳐나는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최소한의 요소만 사용해 예전과 흡사한 체험을 주려는 의도에서다. 그 결과로 플레이어들은 어릴 적 했던 게임을 다시 즐기는 듯한 아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때때로 그 속에서 의외로 깊고 세련된 난이도를 발견하게 된다.
기술 발전이라는 것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그래픽과 사운드,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성능이 모두 폭발적으로 향상되었을 때, 게임 난이도는 그 복잡성과 가능성을 함께 품고 세분화되었다. 각 플레이어마다 체감하는 난이도는 다르고, 게임 장르나 플레이 목적도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PvP 경쟁에 집중하며 누구보다 빠른 손놀림을 선보여야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느긋하게 스토리를 즐기거나 자유롭게 건축과 탐험을 하는 열린 세계를 원한다. 그래서 게임 난이도는 이제 단순히 어려움의 정도를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플레이 경험 전반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다. 거대한 스케일로 확장된 콘텐츠 속에서 얼마나 섬세하게 난이도를 조율했느냐가 게임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게임 난이도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이 보편화되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가 더욱 옅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난이도 설계 역시 종래의 조작 개념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신체 움직임이나 시선 추적, 공간 감각 등 다양한 요소가 난이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될 수 있다. 이미 일부 VR 게임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몸을 회전해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기존 키보드나 패드 조작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난이도 체계를 갖고 있다. 플레이어가 현실적인 피로감까지 느끼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하므로, 단순히 반응 속도만 빠르면 되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동시에 AR 게임은 장소나 시간대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어, 앞으로 더 다양한 방향에서 새로운 개념의 도전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도약이 게임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분명 크다. 다만 게임 난이도를 높게 설정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현실성을 추구하려다 보면,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져서 일부 유저들만의 전유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떤 이용자들은 화려하고 사실적인 게임보다는, 최소한의 그래픽과 깔끔한 조작으로 승부하는 타이틀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전달할지에 대한 게임 디자이너의 철학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난이도는 그 도구가 창출해내는 결과물이자 일종의 예술적 결정에 가깝다.
정리하자면, 컴퓨터 성능이 발전하면서 게임 세계는 더욱 커지고 정교해졌고, 그에 따라 난이도도 더욱 다면적으로 진화했다. 그래픽과 물리 엔진의 향상, 방대한 온라인 환경, 정교해진 인공지능과 다채로운 난이도 설계 방식은 모두 게이머들에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즐거움과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는 옛날에 즐기던 단순한 게임을 다시금 재평가하거나, 기술 발전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난이도를 변형시키는 상황을 낳기도 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기획이 현실화되면서, 게임은 점차 예술 작품에 가깝게 진화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컴퓨터 성능이 단순히 빠르고 강해진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매체가 진정으로 추구할 수 있는 깊이와 가치를 성찰하게 만드는 과정에 그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혁신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게임 난이도에 대한 정의와 접근 또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더 큰 자유도를 즐기며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로 새로운 도전 과제에 뛰어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양성이 존중받는 환경이며, 게임 개발자들이 능력껏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기술 발전이 탄탄한 토대를 마련해주는 점이다. 과거를 곱씹어보면, 제약이 큰 시절에도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었고 지금은 그 아이디어들이 더 풍부한 표현력을 얻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난이도라는 요소가 언제나 핵심을 차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느끼는 재미와 몰입이 아닐까 싶다.
기술은 게임을 극적으로 바꾸어놓았고, 게임은 사람들의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오늘도 누군가는 최신 기술로 무장한 초고사양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옛날 느낌을 살린 게임에서 편안함을 찾을 것이다. 난이도는 이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흥미와 좌절, 그리고 성공의 기쁨을 동시에 선사한다. 컴퓨터 성능 향상은 단지 한낱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더 큰 세계로의 초대장이며, 게임이란 매체가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의 총체다. 앞으로도 계속되는 하드웨어 발전 속에서 우리는 또 어떤 색다른 난이도와 마주하게 될지 기대되는 바다. 플레이어마다 다를 수 있는 난이도의 의미를 존중하면서, 기술과 예술의 조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이라는 매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